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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6-0401(Print)
ISSN : 2383-6334(Online)
The Research Journal of the Costume Culture Vol.19 No.1 pp.230-243
DOI :

현대 디지털 패션에 나타난 예술 매체적 특성과 미적 가치

조소영, 양숙희
숙명여자대학교 의류학과

The Aesthetic Value and Art-media's Characteristics as Appeared in Contemporary Digital Fashion

Sook-Hi Yang, So-Young Cho
Dept. of Clothing & Textiles, Sookmyung Women's University

Abstract

In this modern digital era, there are very vigorous arguments about digital and media aesthetics throughout culture and art on the basis of new transferring of recognition about the art-media's characteristics. Therefore, this paper tries to discover the art-media's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 value that are included in contemporary digital fashion through studying the fusion between digital and fashion. The purpose of this research is to offer positive and evolutive opportunity of artistic thinking to make the meeting between fashion and media suggest the future generation, adaptation and recognition in the media - developmental environment that will be deeper and more fueling. In the area of research method, this paper takes the method of theoretical research by referring national and foreign literatures and preceding research-papers, and carries out investigation and analysis about digital fashion for the last 10 years. The results of this study; The art-media's characteristics of modern digital fashion are virtuality, immateriality and characteristics of multimedia. The aesthetic values can be classified with four kinds of properties. First is hybridity initiated from multi-media that creates works; the second is infinite reproductivity initiated from the characteristics of the multi media and the digital carrier. Thirdly, there is also interactivity appeared all over the area of production, adaptation and perception caused by non-linearity and immateriality. Finally there is synesthesia that can extend the capability of sense through digital media.

01(18)_논문 18.pdf1.23MB

Ⅰ. 서 론

21세기 현대인의 삶 모든 곳에 ‘디지털’이 존재한다. ‘디지털 자연’으로까지 확장하여 언급되는 현대 디지털 환경 속에서, 개인은 이미 생물학적인 육체나 전통적인 사회적 지위에 한정된 존재가 아니며, 그 외부에 덧씌워진 보다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특성을 갖는 정보의 집합체1)로 변해가고 있다. 개인 삶의 방식과 정보를 나타내는 효과적 매체 중 하나인 패션 또한 디지털과 융합하며, 디자이너들의 사고와 상상력을 확장, 실현시키고 수용자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과 정보를 함의하는 현대문화의 새로운 층위를 생성해 나가고 있다.

1) 피종호, 디지털미디어와 예술의 확장, (서울: 아카넷, 2006), p. 11. 

현대 디지털 시대에는 예술적 매체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디지털과 매체미학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패션 분야에서는 디지털 의상의 인텔리전트 기능에 중점을 둔 웨어러블 컴퓨터, 스마트 웨어에 대한 연구와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한 패션마케팅 관련 연구가 다수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디지털이 예술의 단순한 도구나 수단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혁신적인 예술 매체라는 관점에서 현대 패션의 디지털 예술 매체적 특성과 미학적 가치에 관한 연구는 미미하다. 

이에 본 연구자는, 현대문화·예술의 주요 매체인 디지털과 패션의 융합과 표현 양상을 살펴보고 그 조형적 특성을 고찰함으로써, 현대 디지털 패션에 담지되어 있는 예술 매체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밝히고자 한다. 연구내용인 매체 특성은 여러 가지 예술 매체 중에서 21세기에 가장 두드러진 예술 매체인 디지털 매체적 특성으로 한정하였다. 이를 통해 앞으로 더욱 심화, 가속화할 매체 발전 환경 속에서 패션과 매체의 만남이 미래적 생성, 수용, 지각 방식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미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 방법으로는 매체미학과 패션과 관련된 국내외 참고문헌과 선행 연구 논문을 중심으로 이론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패션 관련 매거진, 서적, 인터넷 자료 등에서 나타난 디지털 패션 사례의 조사, 분석을 통한 실증 연구를 병행하였다. 연구 대상은 디지털 패션이 활발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0년 사이의 디자이너 사이먼 소로굿(Simon Thorogood), 빅터 & 롤프(Victor & Rolf),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삐아 미르볼드(Pia Myrvold)등의 패션과 디지털이 융합된 작품과 캐주얼 브랜드 디젤(Diesel)과 타겟(Target)의 디지털 패션쇼,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디지털 전시회,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필립스(Philips)의 디자인으로 한정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매체미학

현재의 디지털 예술뿐만 아니라 예술은 애초부터 매체, 도구 또는 기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어왔다. 예술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매체를 필요로 하고, 어떤 예술도 매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예술은 매체 예술이다2). 인류가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지나 디지털사회에 진입하면서 사회문화에 기술매체가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증대되었으며, 인간의 일상적인 삶과 경험은 더욱더 매체 의존적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대표적 매체인 디지털은 필연적으로 예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현대 디지털 매체의 등장은 예술 작품 자체의 성격과 특성, 수용 방식을 바꾸어 놓았으며, 인간의 지각 방식 변화를 통해 문화 유형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2) 철학아카데미, 철학, 예술을 읽다, (서울: 동녘, 2006), pp. 144-146.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대사회와 문화에 있어 매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매체와 지각 간의 관계를 미학의 영역에서 탐구하려는 현대적인 시도가 바로 매체미학이다3). 많은 매체미학자들은 각기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적 개념의 전제 아래에서 매체 미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 대부분이 매체는 지각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공통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각자 독특한 이론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러한 매체미학은 현대예술과 심미적 상황 그리고 문화적 상황을 분석하는데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4)

3) 매체철학연구회, 매체철학의 이해, (경기: 인간사랑, 2005), pp. 144-145.
4) 심혜련, 사이버스페이스시대의 미학, (경기: 살림출판사, 2006), pp. 19-21. 

매체의 변화 발전에 따라 매체담론들은 디지털 매체의 본격적인 발전 시기를 전후로 아날로그 시대의 매체미학과 디지털 시대의 매체미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아날로그 시대의 매체미학

예술에 있어서 매체담론은「기술복제시대의 예술」의 저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 예술의 형식이 바뀌고 그것에 따른 수용 방식과 지각 방식이 바뀐다는 매체미학의 주요 테제는 벤야민이 정초한 이래 오늘날의 매체미학을 관통하고 있다. 매체미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벤야민은 현대 대중매체의 발달을 철학적 영역에서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저서「기술복제시대의 예술」에 따르면 그는 예술작품의 기계적 복제가능성과 접근가능성의 확대에 주목하였으며,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통예술의 표현 방식과 수용 방식이 변화하며 새로운 예술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아우라의 몰락’으로 설명하였다. 그는 대중매체에의 바람직한 수용 방식으로써 전통예술에서의 침잠과 집중에 의한 맹목적인 수용이 아닌, 분산적, 촉각적 지각 방식에 의한 즐김과 비판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예술과 수용자 사이의 관계 변화에 주목하였다. 발생 초기 하위문화로 무시되기도 하였던 대중매체 예술에 대한 벤야민의 진지한 철학적 접근은 미학의 영역을 일상의 영역까지 확대하며, 예술작품이 신비감을 벗고 수용자에게 한걸음 더욱 다가올 수 있도록 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5). 이것이 바로 전통예술의 미학에서 가치로 평가받던 원본성의 해체, 즉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아우라의 몰락인 것이다. 

5) 심혜련,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Aura) 개념에 관하여,” 시대와철학 12권 1호 (2001), pp. 170-172. 

매체에 대한 벤야민의 긍정적인 자세를 이어받은 현대의 대표적인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언(Marshall Mcluhan)은 매체를 인간의 지각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존재 방식과 연결해서 파악하였다. 맥루언은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매체가 정보 전달의 수단을 넘어서 인간의 인식패턴과 의사소통의 구조, 나아가 사회구조 전반의 성격을 결정짓는다고 주장하였다6). 매체를 메시지, 인간의 확장, 감각의 확장, 인간신체의 확장이라고 주장한 맥루언에 따르면 옷은 피부의 확장이며, 전자회로는 중추신경계의 확장이다7). 모든 매체가 우리 자신의 확장이며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은 새로운 인간환경을 창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 매체철학연구회, op. cit., pp. 45-46.
7) 마셜 맥루언, 박정규 역, 미디어의 이해,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pp. 134-138.

2)디지털 시대의 매체미학

기술 재생산시대 이후 새로운 매체는 복합 매체라는 특징을 지니게 되고, 디지털 시대의 복합 매체 등장에 의해 수용자는 다양한 지각 체험을 한다. 이에 따라 매체 예술론은 논의의 중심을 ‘아름다움또는 예술작품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감성적지각’으로 옮겨간다. 현대사회를 매체 의존적이라고 정의한 노베르트 볼츠(Norbert Bolz)는 감성적지각을 매체미학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는 지각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오늘날 대부분의 지각이 직접적 지각이 아니라 매체가 매개된 의존적 지각이기 때문에 미학은 매체를 주된 주제로 삼는 매체 미학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현대매체에 의한 가상현실에서 복합 매체가 중심매체로 등장함에 따라, 세분화된 지각 형식이 존재했던 고전적 단일 매체의 시대와는 달리, 복합 매체의 시대는 공감각적인 지각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8)

8) Norbert Bolz, 윤종석 역, 컨트롤된 카오스, (서울: 문예출판사, 2000), pp. 349-361. 

디지털 매체 예술은 좁은 의미에서 디지털 매체 시대에 디지털 매체로 인해 구현되는 예술이다. 디지털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삼 요소는 작가, 작품, 그리고 수용자다. 페터 바이벨(Peter Weibel)에 따르면 전통적인 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의 삼 요소는 작품, 존재 그리고 진리다. 그러나 기술이 등장하고 기술을 전제로 한 예술에서는 매체와 가상성 그리고 기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작품의 존재론적 특징은 그 작품을 현실화하는 매체의 성격에 의해서 규정된다. 예술작품의 존재는 가상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바로 이 가상성으로 인하여 수용자의 개입에 따라 작품은 매번 다른 버전으로 자신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을 평가했던 고전적인 기준인 진리 대신에 기호,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결국 전통적인 예술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미학 대신 새로운 기준을 갖는 매체미학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9).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전통미학과는 달리 매체미학은 매체가 단지 예술의 수단이나 도구로서만이 아닌 매체 자체가 예술이 되는 현대예술의 매체성과 생성, 수용, 지각 과정에 주목한다. 

9) 심혜련, “디지털매체기술과 예술의 융합,” 美學 53집 (2008), p. 78.

2.현대 매체 예술의 패러다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매체미학의 관점에 따르면 예술은 매체의 발전과 새로운 매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예술과 매체 간의 관계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에는 전통예술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매체 예술이 등장하게 되었다. 

디지털 매체는 예술을 지각(sensory), 감정(emotional), 정신(mental), 영적(spiritual) 수준과 끊임없이 소통 가능케 하였다. 그 예로서 전통적인 박물관이나 전시장에는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Look, don't touch)’라고 쓰여 있는 반면, 많은 현대 예술품들은 체험을 전제로 ‘보고, 만져보시오(Look, please touch)’라고 안내한다10). 이는 현대 매체 예술에서 예술과 매체의 관계 변화와 더불어 생성, 수용, 지각 과정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10) Bruce Wands, Art of the Digital Age, (New York: Thames & Hudson, 2006), p. 10 

현재 디지털 매체 예술론에서 디지털 매체 예술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논의되는 주된 개념은 원본성, 비물질성, 상호작용성, 가상성 등이 있다11). 현대 디지털 예술의 존재론적 특성은 가상성으로 대표될 수 있으며, 디지털 예술의 표현하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매체 특성은 복합 매체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대 매체 예술의 특성은 전통예술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예술을 창조하게 되었다. 전통예술과 현대 매체 예술의 비교요약은〈표 1〉과 같으며, 현대 디지털 예술의 핵심은 생성과 수용, 지각 방식의 혁신적인 새로움이라 평가할 수 있다. 

<표 1> 전통예술과 현대 매체 예술의 비교

11)  심혜련, 사이버스페이스시대의 미학, (경기: 살림출판사, 2006), p. 127.

3.현대 패션에 관한 매체담론

디지털 매체와 관계한 매체 예술, 그리고 그것을 이론적으로 다루는 매체미학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8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며12), 현대 패션과 디지털의 조우는 90년대 중반 이후 부터 관찰되어진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 디지털 패션에 관한 연구는 주로 기능적 측면에 중점을 둔 웨어러블 컴퓨터와 스마트 웨어, 디지털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는 패션마케팅 관련 연구가 주를 이루어 왔기 때문에, 매체미학의 관점에서 패션을 다룬 예술담론 또한 많지 않다. 때문에, 패션을 물질로서의 옷, 패브릭, 재단과 재봉, 착장, 유행 등으로 설명해오던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패션에 대한 인식을 현대 매체 예술론과 상응하는 매체적 개념으로서 확장 가능케 한 유사담론의 고찰을 통해 현대 패션이 “의복”이라는 물질적인 정의와 패션이 사회문화를 만드는 매개수단이라는 한정된 개념을 뛰어넘어 매체 예술의 한 장르임을 확인할 수 있다. 

12) Ibid, p. 26. 

울리히 레만(Ulrich Lehmann)은 그의 저서「Tigersprung」에서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까지의 철학자들이 현대성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Idea)으로서 패션을 채택하여, 예술과 사회와의 상관개념으로서 어떻게 다루었는지 소개하였다. 당시의 매체 철학자 벤야민은 패션을 현대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개념으로서 차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패션이 사회, 문화의 변화를 가장 빨리 인식하는 예술적 대상으로 평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벤야민의 대중매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비판한 아도르노(Adorno)는 대중매체를 예술이 아닌 현대 산업사회의 상품일 뿐이라고 평가하였는데, 패션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상품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13). 이러한 패션에 대한 언급들을 통해 당시 패션이 매체와 동등한 층위의 개념으로서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13) Ulrich Lehmann, Tigersprung, (Cambridge: MIT Press, 2000), p. xvii. 울리히 레만은 자신의 저서에서 패션은 현대사회문화의 발전과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주제임을 밝히고 있다. 유행에 현대성을 최초로, 즉시 반영하는 것이 패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문학, 음악, 예술철학과 동등한 위치에서 패션을 상세히 분석한 연구가 없는 것을 지적하며, 철학과 패션, 문자텍스트와 텍스타일, 담론과 의복 사이를 오가며 예술적, 철학적, 사회학적,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패션을 고찰하였다.

또한, 레만은 패션이 본질적으로 일시성과 이동성, 단편성을 지니기 때문에 언제나 필연적으로 불완전 상태로 남아있으며, 지속적으로 변화한다고 하였다14). 이러한 특성은 디지털 매체와 매우 유사한 특성으로서 패션이 디지털과 같은 매체적 특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매체로서의 패션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매체이론가 맥루언의 매체담론에서 볼 수 있다. ‘매체가 인간의 확장’이라고 주장한 맥루언에 따르면, 옷은 피부의 확장이며, 전자회로는 중추신경계의 확장15)이라고 언급하며, 패션이 메시지를 함의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임을 드러내었다. 

14) Ibid, p. xii.
15) 마셜 맥루언, op. cit., pp. 134-138.

교토 국립미술관장 코모토 신지(Shinji Kohmoto)는 2005년 전시회 ‘vision of the body’의 개최서문에서 현대 패션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그는 현대 패션의 개념과 패션 현상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해석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 중층성이야말로 패션의 애매모호함과 동시에 패션의 풍부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패션이라는 단어를 ‘패션=특정 시대에 유행하는 피복’이라는 즉물적인 정의와 ‘패션=유행하는 피복에 의해 환기되는 모든 담론과 이미지/표상’이라는 두 가지 개념적인 정의로 구별하지 않고 지각적으로 애매모호한 상태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패션에 대한 상투적인 해석을 넘어선 새로운 해석 기준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16). 사회문화를 만드는 매개 수단으로서의 한정된 개념으로의 패션이 아닌 새로운 지각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의 담론은 현대사회에서 패션이 이미 매체 예술 장르임을 증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16) 코모토 신지, Vision of the Body 2005,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2005), p. 22.  

당시 전시회에서는 물리적인 사물로서의 의복은 소개되지 않고, 옥외에서 자연조건과 곰팡이 침식에 의해 붕괴되어 가는 신체와 패션을 표현한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설치 작업 기록과 크로마키 블루 기법17)을 구사하여 피복의 색이나 패션이 소재 고유의 것이 아닌 자의적인 것임을 알게 해준 디자이너 빅터 & 롤프(Victor & Rolf)의 충격적인 패션쇼 영상이 전시되었다(그림 1). 코모토신지는 마르지엘라의 작품은 패션이 물질성을 넘어선 담론의 영역이라는 점을 빅터 & 롤프는 의복으로부터 물질성을 박탈하여 다양한 이미지의 관련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으며, 두 작품 모두 패션이 인간의 이미지 생성 및 재현의 위상에 있음을 자각한 것이라고 평가함으로써18) 현대 패션의 예술성을 현대미술과 동등한 위치에서 논하였다. 그의 견해를 통하여 현대 디지털 패션에 대한 인식이 매체미학적 관점에서 해석 가능한 매체 예술로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7) 조중헌, “비선형편집 환경에서의 영상디자인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8), pp.105-106.
크로마키(Chroma key)란 색채의 불현효과(不現效果)를 이용하여 화면을 합성하는 텔레비전 트릭기법의 하나로 미국의 NBC가 고안했다. 크로마키는 두 대의 카메라로 배경과 전경을 따로 찍어 합성하는 방법으로 크로마키 블루는 전경을 울트라 마린 블루의 배경으로 촬영하고, 끼워 넣을 화면은 울트라 마린 블루를 포함하지 않은 부분만으로 만들어 합성화면을 완성한다. 빅터 & 롤프의 컬렉션에서는 블루의상이 전경이 된다.
18) 코모토 신지, op. cit., p. 22.

<그림 1> Victor & Rolf, “Long Live the Immaterial,”02~03 F/W Collection.

한편, 현대 디지털 패션의 실험적 디자이너 사이몬 소로굿(Simon Thorogood)은 ‘브릿꾸뛰르(Brit Couture)’로 불려지며, 현대 영국 패션의 스타로 떠오른 컬트패션 디자이너로서, 그는 패션학교 졸업 이후 디지털 매체와 융합한 패션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19). 그는 다음과 같은 사유를 통해 현대 패션디자인의 흐름이 매체미학의 핵심인 수용과 지각 방식의 변화에 함께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19) Bradley Quinn, The Fasion of Architecture, (London: BERG, 2003), p. 227.

패션과 의복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동안 실제 디자인하고 옷을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지난 백년동안 늘 그래왔던 방법 그대로다. 종이 위에 스케치를 하고, 과거 복식의 모방이나 차용, 패턴커팅, 드레이핑 등… 전통적이고 틀에 박힌 방법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방법들과 논의할 수 있는 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소개할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수용자들에게 패션디자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디자인 참여의 기회가 패션의 커뮤니케이션과 실재, 그리고 인식의 확장을 이룰 수 있을까?20)

20) Simon Thorogood, Project Rationale, [database online] ([retrieved 10 February 2010]);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soundwear.co.uk/about.php?sub=2

이상과 같이 현대 패션과 매체에 관한 담론들을 통하여 현대 패션이 디지털 매체 환경 속에서 매체적 개념으로 확장, 인식되고 있으며, 그 생성, 수용, 지각 방식에 있어 디지털 매체와 함께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Ⅲ. 현대 디지털 패션에 나타난 예술매체적 특성과 미적 가치

현대 패션에 나타난 디지털 패션은 현대 패션디자이너 중에서 사이먼 소로굿, 빅터 & 롤프, 후세인 샬라얀, 알렉산더 맥퀸의 실험적인 디자인 작품에서 그 실증사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인터넷 중심 세대인 젊은 층을 겨냥한 캐주얼 브랜드 디젤과 타겟의 패션쇼에서도 홀로그램과 디지털을 융합한 패션쇼를 선보였다. 그 외에도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필립스에서 첨단디지털 기술과 결합된 미래 패션디자인과 디자인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연구, 제안하고 있다. 

본 연구자는 전통예술의 미학과 비교하여 현대 매체미학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의 생성과 수용, 지각 방식의 혁신적인 변화라는 점에 주목하였으며, 현대 디지털 패션의 매체미학적 특성을 존재론적 측면과 생성, 수용, 지각 방식과 관련지어 분석하였다. 

 먼저, 디지털 패션에 관한 담론 고찰과 다양한 실증사례의 분석을 통해 가상성, 비물질성, 복합 매체성을 주된 특성으로 하는 현대 패션의 디지털 매체 예술성을 규명하였으며, 그에 따른 미적 가치는 복합 매체를 이용한 생성과정에 의한 혼종성, 생성, 수용, 지각 방식 전체에 나타나고 있는 무한 복제성과 상호작용성, 지각 방식에 있어서는 공감각성으로서 구체적인 패션사례를 통하여 분석하였다.

1.현대 디지털 패션에 나타난 예술 매체적 특성

1)가상성(Virtuality)

현대의 디지털 매체 예술은 0과 1의 디지트, 즉 데이터라는 정보 형태로 생산되고, 저장, 전송, 수용된다. 이러한 디지털의 매체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디지털 패션은 원본성을 해체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가상, 또 처음부터 원본이 없는 완전한 가상, 가상 위의 가상으로써 가상현실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디지털을 매체로 하는 현대 패션의 예술 매체적 특성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가상성으로 설명되어질 수 있다. 

〈그림 2〉의 2006년 알렉산더 맥퀸의 06~07 F/W Collection21)과〈그림 3〉의 2007년 Diesel의 08 S/S Collection22)은 디지털 매체의 하나인 홀로그램과 패션이 융합한 사례로서, 두 사례 모두 실제 의상이나 모델이 실재를 홀로그램 상으로 모방한 가상의 실재를 선보였다.

21) a hologram of Kate Moss, fall 2006 ready-to-wear Alexander McQueen, [database online] ([retrieved 10 February 2010]);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style.com/fashionshows/complete/F2006RTW-AMCQUEEN?page=3
22) Diesel Sprin Summer 2008, [database online] ([retrieved 12 March 2009]);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fashiontrendsetter.com/content/fashion_shows/Diesel-Liquid-Space.html

<그림 2> Alexander McQueen, 06~07 F/W Collection.

<그림 3> Diesel, 08 S/S Collection.

2006년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쇼는 사전에 모델 케이트 모스가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을 미리 촬영하였다가 무대에 설치한 피라미드 구조 안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홀로그램 상 연출로 디지털 매체와 융합된 패션쇼 연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편, 맥퀸의 케이트모스 홀로그램이 컬렉션의 피날레와 한 명의 모델을 보여주는 것으로 단순 재현에 머물렀다면, 2007년 디젤의 쇼는 실제 모델에서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 모델이 분리되어 나오며, 관객들로 하여금 엄청난 찬사가 터지게 만들었으며, 쇼 전체와 컬렉션장 전체를 홀로그램으로 연출하여, 한 차원 더 높은 홀로그램 패션쇼를 완성하였다. 무대 양쪽에 얇은 투명벽을 설치하여 홀로그램을 투사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어느 공간에서나 모델과 함께 홀로그램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이 패션쇼의 컨셉은 ‘Liquid Space(액체공간)’으로서, 마치 수중의 패션쇼와 같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마지막 엔딩의 순간까지 물질과 비물질, 실재와 가상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쇼를 선사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물은 디지털매체의 융합을 통해 가능해진 새로운 차원의 가상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 

2)비물질성(Immateriality)

현대 패션의 캣워크는 디지털과의 융합으로 관객들을 감상이 아닌 새로운 경험과 유희의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데이터가 이미지로 치환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패션은 탈물질이 가능케 되었으며, 이러한 패션은 이미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의 끊임없는 진행과 영상들의 흐름과 운동으로 현대 패션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의복’의 물질성을 탈피하고 있다. 

현대 디지털 패션의 비물질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인 빅터 & 롤프의 02~03 F/W 컬렉션(그림 4)에서는 푸른색만으로 제작된 의상이 무대에 등장하며, 동시에 무대 배경으로 쓰인 대형스크린에 영상이 투사되었다. 쇼가 진행되며 투영된 의상의 푸른색이 돌연 사라지고, 의상 위에는 복잡한 도시, 끝없이 펼쳐지는 사구, 날개를 퍼덕이는 새 등의 영상이 등장했다. 이러한 무대 연출은 텔레비전의 영상기법 원리 중의 하나인 크로마키 기술의 도입으로 가능했다. “비물질이여 영원하라”인 컬렉션 테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자이너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고유물질인 의상이 그 실체로부터 벗어나 신체 위에 다양한 모양, 다채로운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23) . 이 작품은 물질과 비물질간의 경계를 허물며 인식을 확장시켰으며, 영상을 투사함으로써 실제의상이 순간적으로 가상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무대 연출은 현대 패션이 물질성을 뛰어넘어 비물질적인 디지털 매체적 특성을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4> Victor & Rolf, 02~03 F/W Collection.

23) 코모토 신지, op. cit., p. 22. 

3)복합 매체성(Multimedia'sCharacteristics)

디지털 매체는 본질적으로 복합 매체의 성격을 띠며, 이러한 디지털과 융합한 현대 패션은 필연적으로 복합 매체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 패션은 문자, 사운드, 화상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디지털 정보가 어우러진 하나의 텍스트를 완성한다.  

디젤의 홀로그램 패션쇼 제작팀은 ‘Liquid Space이라는 컨셉 구현을 위하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의 공동 작업으로 CGI, 시각이펙트 및 3D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 후, 패션쇼를 위한 홀로그램을 제작하였다24). 이것은 홀로그램과 컴퓨터라는 디지털 매체가 함께 이용되었으며, 최종적으로 패션과 디지털이라는 매체가 어우러져 복합 매체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4) Diesel Sprin Summer 2008, [database online] ([retrieved 12 March 2009];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fashiontrendsetter.com/content/fashion_shows/Diesel-Liquid-Space.html 

디지털 패션의 초창기 작품인 사이먼 소로굿의 디지털 런웨이는 기존의 캣워크에 대해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패션전 시작으로서, 컴퓨터와 스크린, 프로젝트 등의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제작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관객이 디지털 런웨이를 걷게 되면 미리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 된 의상이 디지털 매체를 통해 스크린에 투사되어 관객이 모델이 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그림 5)25) . 이 작품은 다양한 디지털 매체와 더불어 패션, 인간이 모두 매체가 되는 복합 매체성의 경험을 가능케 한다. 

<그림 5> Simon Thorogood, ‘Digital Runway’, April 16th 1999.

25) Digital Runway, project, [database online] ([retrieved 22 February 2009]);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simonthorogood.com/digital_runway.html

2.현대 디지털 패션의 미적 가치

1)혼종성(Hybridity)

패션은 ‘착장’이라는 고유하고 필수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완전한 가상성을 지닌 의상 아이템의 실현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디지털 패션은 완전한 가상성보다는 디지털 매체에 의한 가상과 실재의 현재성이 공존하는 표현 양상을 보이며, 이와 같은 특성은 혼종성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합하다. 또한 패션과 디지털이라는 두 매체의 공존, 디지털 매체의 복합 매체성이라는 본래의 특징으로 인해 현대 디지털 패션의 생성 과정에는 다매체가 관여하게 되는데, 이로써 작품 생성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매체가 혼종성을 띠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 소로굿은 1998년 디지털 아트 그룹인 Spore와 전자뮤직듀엣 Barbed와 함께 공동 작업을 통해, 1960년대 초의 컴퓨터 그래픽 아트와 우주기술로부터 영감을 얻은 컬렉션 “White Noise”를 전시하였다(그림 6). 이 전시회에서는 패션디자인 작품과 함께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화면을 설치하고 전시공간에는 디지털 전자음이 흐르도록 하여 관람자들로 하여금 디지털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패션디자인 작품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사용 없이 절제된 커팅으로 구성된 실버 메탈 소재를 통해 컴퓨터 그래픽 아트와 우주기술의 매체적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당시 이 전시회는 벤야민의「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묘사된 ‘역사의 천사’처럼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는 작업으로서 높이 평가 받은 바 있다26). 이 전시회는 패션과 디지털 음악, 컴퓨터 등 복합 매체의 결과물로서 현대 디지털 패션의 혼종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6> Simon Thorogood with Spore, “White Noise”, 1998.

26) Caroline Evans, Fashion at the Edge, (New Haven & London: YALE University Press), pp. 279-280. 

그 외에도 2007년 후세인 샬라얀의 08 S/S Collection에서는 디지털 LED로 매체와 융합한 드레스를 선보였다(그림 7). 이 작품은 디자이너 샬라얀이 인터넷 상의 대표적인 검색 사이트 구글 어스(Google Earth)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서, 구글어스에서 보여주는 도시의 모습을 디지털 정보화하여 LED로 전송한 후 모델이 캣워크에 나가 전원을 켜면 미리 준비된 도시를 비추는 영상이 드레스 위에 나타나도록 디자인하였다27) . 이 작품에서는 드레스와 인체라는 실재와 LED 위에 정보화된 비디오영상의 디지털 매체가 구현하는 가상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림 7> Hussein Chalayan, 08 S/S Collection.

27) Sarah Mower, Hussein Chalayan fall 2007 ready-to-wear, [database online] (Paris February 28. 2007 [retrieved 10 march 2009]);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style.com/fashionshows/review/F2007RTWHCHALAYA

2)무한 복제성(InfiniteRe-productivity)

현대 디지털 패션은 데이터라는 형태의 정보로 치환 가능하고, 컴퓨터라는 디지털 복합 매체를 통해 가상의 이미지로 무한 복제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시간과 공간, 물질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미지의 무한 복제와 더불어 이미지 변형을 가능케 하였다. 무한 복제 생산의 가능성은 수용과 지각단계에서도 무한 반복과 변형을 가능케 하였으며, 패션이 현대 디지털 문화의 앞서 가는 예술 매체임을 증명한다.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타겟(Target)”은 2007년 11월 뉴욕시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한 달간 매정시 십분이 될 때마다 디지털 패션쇼를 반복하였다. 타겟의 디자이너들은 실제 사람 모델이 전혀 없는 패션쇼를 기획하고, 미리 모델의 움직임을 촬영한 후 컴퓨터 작업과 홀로그램 표현만으로 최종 패션쇼를 완성하였다28). 이러한 가상작업은 착장자가 구매 전에 실재와 흡사한 착장 결과를 3D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패션쇼는 역 앞을 오가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수용, 지각 과정이 반복하여 발생하게 된다. 이는 대표적인 복합 매체인 컴퓨터와 디지털 매체의 하나인 홀로그램에 의해 가능해진 것으로서, 현대 패션은 디지털 매체에 의해 본래의 패션이 지닌 물질성과 일회성, 원본성을 탈피하여 무한 복제성의 미적 가치를 획득하게 되었다. 

28) Hi-Def Hologram Fashion Show [database online] ([retrieved 10 march 2009]);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trendhunter.com/trends/model-less-fashion-target-hologram 

<그림 8> The target model-less fashion show, 2007.

3)상호작용성(Interactivity)

디지털 문화와 디지털 예술의 공통적인 특성 중의 하나인 상호작용성은 현대 디지털 패션에 있어서도 생성, 수용, 지각의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매체의 비물질성과 네트워크안에서 정보로 변환된 형태 조작 가능성의 증대에서 기인한 것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디지털 매체를 통한 즉각적인 접근가능성이 현대 디지털 매체문화의 상호작용성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있다. 

현대 디지털 패션 사례에서는 생성, 수용, 지각의 모든 과정에서 매체 간의 상호작용과 디자이너와 수용자 간의 상호작용, 인간과 매체 간의 상호작용이 나타난다. 파리의 디자이너 삐아 미르볼드(Pia Myrvold)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이버 꾸뛰르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는데, 사이버상의 방문자는 마우스를 클릭하여 의상의 디자인과 패턴을 선택하여 변경할 수 있다(그림 9)29). 이 과정에서 수용자가 디자인 생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컴퓨터라는 매체를 통하여 디자이너와 수용자, 그리고 매체 간의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고객이 선택한 의복은 즉시 제작되어 배달된다. 여기서 고객은 비디오게임의 게이머와 견줄 수 있으며, 디자인과 사용자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9> Pia Myrvold의 www.cybercouture.com 온라인 상에서 수용자의 선택 정보에 의한 3D Form과 실제 제작 의상.

29) Bradley Quinn, The Fasion of Architecture, (London: BERG, 2003), pp. 58-60. 

또한,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필립스는 디지털 매체와 인간, 환경, 공간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그림 10〉은 2020년 미래의상을 목표로 한 디자인 탐사 프로그램인 “SKIN”의 결과물로 2006년 발표된 “The Bubelle”이다. 두 겹으로 만들어진 이 드레스의 내피가 착장자의 감정에 의한 피부 변화 상태를 감지하여 외피로 전달하면 착장자의 감정 정보에 따라 색상이 변화하는 의상으로서, 이는 디지털 LED와 생체 인식 기술, 패션의 융합으로 가능해진 것이었다30) . 이는 사람과 옷, 환경 이 상호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0> Philips’ far-out-future-fashion, “SKIN”, 2006.

30) Jeannie Choe, Philips's Design Probe Program; SKIN [database online] (14 Sep 2006 [retrieved 10 march 2009]);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core77.com/blog/technology/phillips_design_probe_program_skin_4515.asp

4)공감각성(Synesthesia)

공감각성은 현대 디지털 패션의 지각 방식에 있어 패션과 디지털 매체와의 융합으로 가능해진 가장 핵심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매체와 만난 현대 패션은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즉,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신경으로 느끼는 새로운 형식의 패션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림 11〉은 2007년 비엔나에서 열린 전시회 ‘The sound of cloth: Synesthesia’이다. 이 전시회는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06 S/S Collection 작품과 포토그래퍼 닉나이트(Nick Knight)의 사진, 그리고 디지털 아티스트 다니엘 브라운(Daniel Brown), 음향디자이너 닉 라이언(Nick Ryan)의 공동 작업에 의한 것으로서, 본래 이 프로젝트는 옷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는데, 기존에 존재하는 유명 음악이나 패션쇼의 배경음악 같은 장르가 아닌 전혀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2006년 11월 닉 나이트의 ‘Balenciaga special’ 촬영장을 방문한 다니엘 브라운은 발렌시아가의 06 S/S Collection에 발표된 섬세한 레이어와 투명한 옷감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닉 라이언에게 공동작업을 요청하였다. 닉 나이트의 포토 촬영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소리는 모두 캡처한 다음 그 안의 패브릭과 스킨 톤을 잡아내어 정확한 오케스트라의 음으로 변환시켰다. 그 각각의 음향과 함께 이미지를 결합하여 전시회를 구상하였다. 전시회장에 들어선 관객은 비디오 스크린을 터치하면 이들의 작업 결과를 전시장의 벽으로 투사되는 이미지와 함께 음향을 동시에 들을 수 있게 된다31). 이와 같은 시각의 청각화 과정과 음향과 시각자료의 디지털 융합 과정은 수용자에게 의상이 보고 입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다양한 감각이 결합된 공감각의 카타르시스를 경험 가능케 하는 것으로서, 패션의 지각 과정에 혁신적인 지표를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11> ‘The sound of cloth: Synesthesia’, 2007.

31) Daniel Brown, sound of clothes; Synaesthesia [database online] (2006 [retrieved 12 April 2010]);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showstudio.com/projects/synaesthesia/ 

2007년 사이먼 소로굿의 패션 프로젝트 사운드웨어(Sound Wear)는 현대 디지털 패션의 매체미학을 진일보하게 한 가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2〉의 사운드 폼(Sound Forms)이라는 선행 프로젝트로부터 발전된 것으로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음의 진폭이나 크기를 인식하여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있는 형, 색, 패턴, 레이어링 등을 활성화시켜 폼을 완성한다. 크거나 확실한 음은 굵고 밝은 형태와 색상, 강조된 형태로 변형된다. 

<그림 12> Simon Thorogood, Sound Forms, 2004.

이로부터 더욱 발전된 사운드 웨어(그림 13)는 공감각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서 첼로, 피아노, 전자악기 등 단일 악기를 위한 곡으로 부터 색상, 라인, 레이어링, 형태가 그려진다. 디자인 툴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디자인 스토리와 프로세스에 뮤직 사운드를 결합한 것으로서 비결정성, 우연성의 특징을 지닌 전혀 새로운 매체 특성을 생성하게 된다. 즉,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램에 의해 디지털 정보가 자율적으로 소리를 이미지로 생성하고, 디자이너는 생성된 이미지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실물 의상을 디자인, 제작한다32). 사운드 웨어의 미적 정보가 된 음악 중의 하나인 ‘In A Landscape’는 작곡가 존 케이지의 작품으로 서, 존 케이지는 우연성 기법과 불확정성 개념을 내세워 음악에서의 공감각적인 특질을 표현해낸 전위적 음악가이다33). 음악에 있어서 미적 정보는 연주자 개인의 경향에 구속되면서 무작위적으로 우연성을 띠게 되는데34) 디자이너 소로굿은 프로젝트‘compothes’(compostion+clothes)를 통해 음악작품과 패션스케치를 섞어 우연성과 수용자에 의해 매번 변화하는 패션, 사운드 웨어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디자이너의 웹사이트를 통한 사이트 방문자들의 선택과 자발적인 시뮬레이션에 의해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무한 복제, 재생산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디자이너의 공감각성에 대한 영감과 창의적인 발상에 의해 현대 디지털 패션의 혁신적인 지평을 확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13> Simon Thorogood, Sound Wear, 2007. -존 케이지의 ‘In A Landscape’를 영감으로-

32) Sound Wear, project ([retrieved 22 February 2009]); available from World Wide Web@http://www.simonthorogood.com/soundwear.html
33) 김홍기, 김미경, “피네간 경야를 통해 본 존 케이지 음악과 베르나르 츄미 건축의 상호텍스트성에 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18권 5호 (2009), pp. 63-64.
34) 가와노 히로시, 진중권 역, 컴퓨터예술의 탄생, (서울: 휴머니스트, 2008), p. 82.

이상에서 살펴본 현대 디지털 패션에 나타난 디지털 예술 매체적 특성과 미적 가치는〈그림 14〉와 같은 도표로 요약 설명할 수 있다. 

<그림 14> 현대 디지털 패션에 나타난 예술 매체적 특성과 미적 가치.

Ⅳ. 결론 및 제언

현대 디지털 시대의 뉴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혁신은 디자이너들의 상상과 사고를 실재화 시키는데 진일보하게 하였으며, 현대 디지털 환경의 급진적 발달과 함께 현대 패션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과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을 매체로 한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 패션은 기존의 패션에 대한 개념과 패션 환경을 새롭게 확장시켜 나가고 있으며, 혁신적인 패션라이프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에 따라 디지털 패션은 디지털 매체 예술과 동등한 매체 특성을 지니게 되었으며, 현대 디지털 패션은 현대사회의 매체 예술로서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매체미학의 관점으로 현대 디지털 패션에 나타난 디지털 예술 매체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연구하였으며,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현대 디지털 패션의 매체 예술성은 가상성, 비물질성, 복합 매체성으로 분석되었다. 첫째, 디지털 매체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디지털 패션은 원본성을 해체하며,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가상, 또 처음부터 원본이 없는 완전한 가상, 가상 위의 가상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가상성을 나타내었다. 둘째, 데이터가 이미지로 치환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현대 패션은 탈물질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의복 고유의 물질성을 뛰어넘어 비물질 예술 매체적 특성을 획득하였다. 셋째, 디지털 매체는 본질적으로 복합 매체의 특성을 띠며, 이러한 디지털과 융합한 현대 디지털 패션은 필연적으로 복합 매체성을 지니게 되는데, 다양한 디지털 매체와 더불어 패션, 인간이 모두 매체가 되는 복합 매체성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디지털 예술 매체적 특성에 따라, 현대 디지털 패션의 미적 가치는 생성과정에서의 복합 매체에 의한 혼종성과 생성, 수용, 지각 방식 전체에 나타나고 있는 무한 복제성과 상호작용성, 지각 방식에 있어서는 공감각성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 패션은 ‘착장’이라는 고유하고 필수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완전한 가상성을 지닌 의상 아이템의 실현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디지털 패션은 완전한 가상성보다는 디지털 매체에 의한 가상과 실재의 현재성이 공존하는 표현 양상을 보이며, 이와 같은 특성은 혼종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패션과 디지털이라는 두 매체의 공존, 디지털 매체의 복합 매체성이라는 본래의 특징으로 인해 현대 디지털 패션이 생성하는 과정에는 다매체가 관여하게 되는데, 이로써 작품 생성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매체가 혼종성을 띠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둘째, 현대 디지털 패션은 데이터라는 형태의 정보로 치환 가능하고, 컴퓨터라는 디지털 복합 매체를 통해 가상의 이미지로 무한 복제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현대 패션은 본래의 패션이 지닌 물질성과 일회성, 원본성을 탈피하여 무한 복제성의 미적가치를 획득하게 되었다. 

셋째, 디지털 문화와 디지털 예술의 공통적인 특성중 하나인 상호작용성은 현대 디지털 패션에 있어서도 생성, 수용, 지각의 모든 과정에서 디지털 매체와 인간, 환경, 공간 간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난다. 

넷째, 공감각성은 현대 디지털 패션의 지각 방식에 있어 패션과 디지털 매체와의 융합으로 가능해진 가장 핵심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매체와 만난 현대 패션은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 되었다. 즉, 시각뿐만이 아니라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느끼는 새로운 형식의 패션이 가능해진 것이다. 

본 연구는 디지털이 현대 테크놀로지의 산물이며, 현대 패션의 기능적 요소라는 제한적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패션과 디지털 융합의 미학적 고찰을 통해 현대 패션의 디지털 예술 매체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밝힌 연구이다. 현대 패션에 나타난 디지털 패션을 문화예술 매체로서 그 인식을 확장하고, 미적 가치를 통해 예술적 생성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미래패션의 긍정적, 창발적 테크놀로지 수용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패션과 디지털의 융합이 ‘착장’이라는 패션의 고유하고 필수적인 기능에 보다 적합한 형태로 발전되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위한 후속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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